법률과 의학이 최고 학문이 된 이유는?

1. 일제강점기의 교육 현실

 

메이지유신 이후 '한의漢醫'를 도태시켰던 일본은

한국에 일본식 의료제도를 이식하려 하면서도 '양의洋醫' 양성에는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

한국인들에게 가급적 고등교육을 베풀지 않으려 했음.


그들이 설정한 한국인 교육의 중심 목표는 '충량한 신민'을 양성하는 것이었음.

그래서 식민지 조선에는 보통학교와 그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보통교육을 실시하는

고등보통학교만 두었음.

 

2. 법률과 의학의 특이성

다만 법률과 의학 두 분야에서는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봄.


첫번째 이유는 대한제국 때 이미 법관양성소와 의학교가

최고급 학교로 설립되어 있었기 때문.

이미 상당수 졸업생을 배출한 상급학교를 폐쇄함으로써

우민화에 대한 반발을 자초할 필요까지는 없었음.


두번째 이유는 일본인 지배자들이 조선의 관습과 문화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한국인을 재판하고 치료하는 일은 아무래도 한국인들에게 맡기는 편이 나았음.

게다가 일본인 의사들은 대체로 조선인 환자들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음.



일제 강점기 내내, 법학과 의학은 조선인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문이었고,

법관과 의사는 조선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었음.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직업은 아주 좋은 전문직에 속하지만,

식민지 조선에서는 최고위 공직자나 경영자의 자리가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선인들에게 법관과 의사라는 직업의 가치와 권위는

비교할 대상이 없을만큼 높았음.



의대와 법대가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싹쓸이하는 입시 풍토도

따지고 보면 식민지 잔재의 혐의가 짙다고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