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입사지원서 양식 중에는 결혼 여부를 묻는 칸을 두는 경우가 있음.
이 때 선택지는 '기혼' 혹은 '미혼' 딱 2개인 경우가 대부분.
기혼은 '이미 결혼함'을,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음'을 의미.
여기서 드는 몇가지 의문점.
1)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은 모두 '기혼'에 속하는가?
2) 결혼을 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는 결혼한 상태가 아닌 사람도 '기혼'에 속하는가?
3)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왜 '아직 결혼하지 않음'이라고 표현할까?
4)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 속해야 할까?
기혼과 미혼은 현재의 결혼 상태에 대한 답이 아님.
다만 과거의 결혼 유무에 대한 답으로 유효.
그러나, 그 양식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는 과거의 결혼 경험 유무가 아니라
현재의 결혼 상태 여부라는 데 문제가 있음.
이렇게 기혼과 미혼의 두 범주로 나누는 세계관은
결혼에 대한 두가지 이데올로기를 제공함.
1) 결혼을 이미 한 사람은 현재도 그 결혼 상태를 유지해야 함. 즉 이혼이란 없음.
2) 아직 하지 않은 것이니 결혼은 언젠가 꼭 해야 함.
즉 '미혼'은 '기혼'을 달성하기 이전의 잠정적인 상태일 뿐임.
이런 표현 뒤에는 결혼에 대한 관습적인 세계관이 담겨 있고,
결혼에 대한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우리에게 제공함.
반응형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역을 포기한 단어, ’가방’과 ’구두’ (2) | 2024.10.08 |
---|---|
서울 초집중화와 서열 사회는 분리할 수 없다 (1) | 2024.10.08 |
학벌과 신분이라는 간판은 어떤 의미일까? (1) | 2024.10.07 |
사라지는 한글 어휘를 지켜라 (4) | 2024.10.05 |
환영받지 못하는 무기? AK47 (2) | 2024.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