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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퍼스트 펭귄과 캐나디안 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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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본질적으로 리더보다는 '타고난 추종자(natural follower)' 성향.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어느 집단에서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누군지를 빠르게 찾은 후에 그의 말을 따르는,

가장 앞줄에 선 재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가장 유리.

그 사람의 의사결정이 나보다 더 나은 것일 가능성이 높고,

설령 잘못된 의사결정이더라도 이내 다른 리더를 찾아 옮겨가는 전략이 생존에 가장 유리.

추종자 집단에 속하려면 그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함.



우리 뇌는 비슷한 단어 지도를 가지고 인식 또한 서로 공유할 때 관계 맺기에 유리.

상식적으로 금방 떠오르는 관련 단어들은 뇌 안에 뭉치로 저장해 놓아

각별히 애쓰지 않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뇌 영역끼리 잘 연결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음.

창의적인 사고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이유.

뇌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이로움.

그래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가장 위태로운 사람들.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혹독한 남극의 겨울을 보낸 후 봄이 되자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빙하의 끝으로 온 펭귄들은 바닷속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거림.

바닷속에는 펭귄을 잡아먹으려는 물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이 때 처음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함.

매우 도전적인 이들은 물개가 없으면 마음껏 물고기를 잡아먹는 호사도 누리지만,

물개의 희생양이 되기도 함.

매우 위험하지만 그만큼 얻게 되는 보상도 큰 법.

뒤를 이어 재빠른 추종자들이 그 뒤를 따르고, 그들은 좀더 안전하고 보상도 더 적음.



조직은 항상 '모험을 즐기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퍼스트 펭귄이 되라'고 종용하지만,

퍼스트 펭귄은 무리에서 가장 위태로운 존재.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퍼스트 펭귄이 아닌 재빠른 추종자가 되려는 이유는 당연함.

해외 성공 사례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가 거기 있으며,

스스로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성장하려 하지 않음.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을 실패한 경험이 오히려 높이 인정받아 재취업과 재창업에 도움이 되는 반면,

우리는 젊을 때 방황하거나 실패하면 도전할 기회가 박탈당하는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퍼스트 펭귄이 안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이지 젊은이들의 스타트업 정신이나 기업가 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님.



우리의 상식과 달리, 창의적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일을 잘 미룬다'임.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일을 미루는, 그래서 이런저런 상황을 잘 생각해 보고

바로 실천하지 않았기에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음.

이 연구는 우리에게 '퍼스트 펭귄이 되려 하지 말고 캐나디안 레밍이 되라'고 주장.



'캐나디안 레밍(canadian lemming)'

레밍은 개체수를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동물로 알려짐.

즉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이타적 자살'의 동물로 생각.

그런데 이는 자살을 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은 떠밀려서 죽는 것이 밝혀짐.

너무 한쪽으로 많이 몰려가다가 앞에 절벽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떨어지는 것임.

캐나디안 레밍의 생존 전략은 '먼저 가시죠(after you)'의 양보.

퍼스트 펭귄의 반대 전략임.

누군가 빨리 뛰어내리라고 종용하면 "먼저 뛰어내리시죠. 나는 좀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더라는 것임.



즉각적인 이득을 따르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가 늘 옳은 것은 아님.

하지만 위험을 잘 관리해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되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도록 노력해야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 성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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