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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여행

서울.. 갈등과 마찰 안에 흐르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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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말, 우리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촛불을 보았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1963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일어난,

흑인 인권을 위한 대규모 시위를 떠올렸다.

나라와 시대가 다르지만 한국과 미국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끄러운 나라'라는 사실이다.

지도자의 말을 그대로 믿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일 앞에서 또는 사회적인 변혁을 위해 필요하다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해낸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나라의 미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험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가.

한국과 미국의 시민들은 그런 점에서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냈다. 스스로의 힘으로.


1980년대 서울에 처음 살았을 때 유신과 독재가 드리우는 어두움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그때는 그 매력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끝도 없이 반복되는 마찰과 갈등으로 연일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전달되는 에너지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런 갈등이 만들어내는 묘한 에너지에서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역동적으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힘이자 희망을 느꼈고

그것이 이 도시에서 발견한 매력의 지점이었다.


1980년대부터 2천년대인 지금까지 서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갈등으로 시끄러운 도시, 그 갈등을 동력으로 삼아

이전에 없던 새로운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도시,

이 모든 것이 오늘도 여전히 흐르는 역사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도시.

나는 여전히 서울의 오래된 걸목을 거닐며 이 도시 저변에 흐르는 희망의 거친 힘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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