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트래킹을 시작한 둘째 날 새벽, 푼힐poon hill 정상에 올라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다.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미 하늘은 대낮처럼 파랬다.
구름 한 점 없는 동쪽 사면으로부터 빛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눈부신 광채 앞에 우뚝 서 있던 두 개의 검은 봉우리, 바로 마차푸차레machapuchare였다.
안나푸르나나 다올라기리 같은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단지 엄청난 마성을 드러내던 그 산.
강파른 근육질과 매서운 눈매를 가진 신성에 그만 넋이 나간 것이다.
마차푸차레는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동안 내내 시야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날카로운 선과 신비한 기운은 사람들의 눈을 압도했다.
마차푸차레는 히말라야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신성의 산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1957년 단 한 번 네팔 정부로부터 등반 허가가 났다.
전세계 산악인들의 질투를 받으며 그 해 원정길에 나선 행운아는
영국 등반가 윌프리드 노이스였다.
그는 정상을 바로 30미터 남짓 앞두고 아래와 같이 기록한다.
"두서너 시간 후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고 낙관하던 그 순간,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폭설이 쏟아져 내렸다.
마차푸차레의 여신은 그녀의 정상에 인간의 발길을 닿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듯 했다."
그것이 끝이다.
그때가 인간이 마차푸차레 정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이었고,
그 이후에는 누구도 다가갈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저 산은 누구도 오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세상 어딘가 인간이 오르지 못할 산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마차푸차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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