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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여행

이순신 동상 vs 평화의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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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 도시들에 수많은 조형물 중 누구나 인정하는 두 성공 사례는

광화문 거리의 '이순신 동상'과 일본 대사관 앞의 '평화의 소녀상'.

두 동상은 도시 조형물 관점에서 완벽히 다른 태도를 보여줌.


1. 이순신 동상​

이순신 동상은 박정희 정권이 1968년에 만든 전형적인 '기념상'.

숭상과 추앙이 목적으로 독재 정권의 정통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성웅 이순신의 이미지를 빌려왔음.

그래서 권위주의적 동상이란 이유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순신 동상은 시간의 무게가 얹어지면서

서서히 시민들의 가슴에 새겨졌음.

이젠 이순신 동상이 없는 광화문 네거리를 상상하기 어려워짐.

게다가 주변에 분수 공간이 생긴 후로 주변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어우려져서 동상은 훨씬 더 친근해짐.


2. 평화의 소녀상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은 이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음.

올려다보는 조각이 아니라 시선을 내리게 하는 조각이고,

바라보는 조각이 아니라 다가서는 조각이며,

기세를 압도하는 조각이 아니라 추울까봐 모자와 머플러를 씌워주고 싶은 조각.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대사관 앞 길가에 앉아 있고

그 옆에 빈 의자 하나가 있어 소녀와 나란히 그 공간에 앉을 수도 있음.

평화의 소녀상은 기존 조각의 틀을 완전히 깨버린 동상으로

여리고 상처받은 작은 소녀상이 전달하는 이미지는 너무나 강렬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깊은 슬픔을 자아냄.


3. 성공적인 조각상이 되려면

모든 시민에게 상징으로 자리잡은 두 조각상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줌.

지금도 여러 곳에서 정치인, 아이돌, 위인들을 모티브로 조형물을 만들지만,

바라보는 조형물이 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서 옆에 설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성공적인 인물 동상 만들기가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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