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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여행

이탈리아 노토 사람들은 먹는 문제에 대단히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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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토에 있는 카보우르 거리의 골목 속에 숨어 있는

멋진 식당들에서 먹은 요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곳이 못 견디게 그리워진다.

싱싱한 문어와 오징어, 새우와 조개로 요리한

리조토와 파스타, 상큼한 전채와 따뜻한 홍합 수프,

친절하고 소박한 주인들이 접시를 비운 우리를 보고

기뻐하며 "음식이 마음에 들었냐"며

조심스레 묻던 장면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식도락이야말로 순간의 즐거움이다.

그것은 사진으로 찍어 남길 수도 없고

잘 보존하여 간직할 수도 없는 성질의 것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어느 한순간 최고의 행복감을 주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천천히 사그라진다.

몇 줄의 문장으로 겨우 남을 뿐이다.



이탈리아 노토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묻는다.

왜 노토 사람들은

그토록 먹는 문제에 진지해진 것일까.

혹시 그것은 그들이 삼백 년 전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뜨거운 광장에서 달콤한 파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어찌면 같은 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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