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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여행

예술가의 똥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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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예술가의 똥, 정량 30그램,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5월에 생산되어 저장됨'



1961년, 만초니는 이런 통조림 90개를 제작해 각각 에디션 넘버를 붙인 뒤

진품임을 보증하는 서명을 남겼다.

당시 이 통조림의 가격은 통조림과 같은 무게의 금값으로 책정되었으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주요 미술관이 한 캔을 억 단위로 구매할 때마다

사람들 사이에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항상 따라붙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캔 속에 똥이 들어있긴 할까?

하지만 내용물을 확인하고자 이렇게 비싼 작품을 훼손할 수도 없는 일이라

이런 불확실성이 아이러니한 요소를 한층 더 가미하고 있다.

캔은 똥으로 가득할 수도 있고 텅 비어있을 수도 있다.



캔 속에 뭔가가 있든 없든 그 사실을 안다고 과연 달라질 게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작품이 지닌 환영과 신비를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5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 Artist’s shit>은

미술 시장의 본성과 부조리함을 재치 있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품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신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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