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순간,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은 가장 유력한 화폐 후보로 부상할 수 밖에 없었음.
귀금속이 우선적인 화폐 후보가 된 건 3가지 우월한 특성 때문.
먼저 금은 매우 잘 늘어나는 물질.
금은 두드려서 1/272,000인치의 얇기로 만들 수 있고, 잡아 늘려서 가는 실처럼 만들 수도 있음.
이러한 특성으로 작게 조각내어 거래하기도 편했고, 다양한 장신구를 만드는 데도 사용됨.
두번째는 보존성.
화폐로 사용되던 조개는 한번 부서지면 재생하기 어려웠으나
금은 오랜 기간 보존하더라도 녹이 슬지 않는데다,
주석이나 구리 같은 다양한 금속과 합금하면 꽤 단단해져서 주화로 제조하기 쉬움.
마지막은 사용가치.
일본은 쌀이, 조선은 면포가 일종의 화폐 역할을 했는데,
이는 쌀이나 면포가 의식주의 하나로 매우 큰 사용가치를 지녔기 때문임.
이집트 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수많은 금 장식제품에서 볼 수 있듯이,
높은 계급일수록 금의 사용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했음.
이런 영향으로 소량만 보유하더라도 충분히 제 값을 받을 수 있었음.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금이 자동적으로 화폐가 되는 것은 아님.
순도와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
이 과정은 매우 힘들고, 긴 시간이 걸림.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뿐.
하나는 국가가 권력으로 보증하는 '증서', 즉 지폐를 발행해서 정부가 운영하는 은행에서
금으로 언제든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표준 무게와 모양을 가진 합금(=주화)을 '화폐'로 선언하고 그 가치를 보증하는 것.
그러나 지폐의 발행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음.
지폐는 정부가 권위를 잃거나 지나치게 많은 지폐를 발행할 경우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음.
따라서 중국 원나라처럼 정부 권력이 대단히 강하거나
이탈리아 은행들처럼 발달된 상업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지폐는 일반화되기 쉽지 않았음.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율자동차 시대의 변화 (5) | 2024.09.28 |
---|---|
자율자동차 시대의 문제점 (0) | 2024.09.28 |
투자 분산화의 원칙 (6) | 2024.09.27 |
수확체감 vs 수확체증 (6) | 2024.09.27 |
공짜 점심은 과연 있을까? (1) | 2024.09.27 |